스페인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노바미트'(Novameat)는 최근 3D(입체)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인공육(人工肉)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완두콩과 해초, 비트 등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 성분으로 지름 100~500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의 미세한 근섬유를 만들어 실제 소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구현했다. 인공 소고기를 생산하는 비용도 50g당 1.5달러(약 1700원)로 영국에서 판매되는 스테이크 가격과 비슷하다. 창업자인 주세페 시온티는 "앞으로 생산 규모가 커지면 생산 단가를 더 낮출 수 있다"며 "올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서 인공육으로 만든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 합성한 '가짜' 고기가 진짜 고기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체육(代替肉) 시장이 현재 130억달러(약 15조원)에서 2029년에는 400억달러(4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콩 같은 식물을 이용해 고기를 만들 수는 있었지만 실제 고기의 맛과 향, 식감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구현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체육과 더불어 와인이나 아이스크림 등 곁들일 음료·디저트도 인공으로 만드는 기술이 속속 등장했다.
◇고기의 맛·향·육즙까지 구현
미국 대체육 제조 기업 임파서블푸즈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서 돼지고기 대체육을 선보였다. 회사는 라스베이거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시식회에서 인공육으로 만든 돈가스와 미트볼, 딤섬, 볶음면, 춘권 등을 선보였다. 임파서블푸즈는 식물성 돼지고기 성분의 임파서블 소시지를 넣은 메뉴를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의 미국 일부 매장에서 고객 평가용으로 한정 판매할 계획이다. 또 다른 대체육 제조 업체 비욘드미트도 식물 성분으로 만든 소시지와 소고기, 햄버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대체육은 크게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와 식물 성분을 사용한 고기로 나뉜다. 동물 세포 배양 방식은 소나 돼지, 양, 닭 등 동물의 근육 줄기세포를 배양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크기의 고기로 키우는 것이다. 향과 맛이 진짜 고기와 같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인공 닭고기 450g이 약 9000달러(1000만원)이다. 식물 성분의 대체육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다. 시간과 비용은 덜 들지만, 질감이나 맛이 육류와는 다르다는 단점이 있다.
대체육 개발 기업들은 최근 식물성 고기의 한계점들을 극복하고 있다. 이들은 콩의 뿌리혹에서 식물성 헤모글로빈을 찾아냈다. 뿌리혹은 콩과 공생(共生)하는 질소 고정 세균들이 뿌리에 모여 혹 모양을 이룬 곳이다. 식물성 헤모글로빈에 들어 있는 철분 성분의 '헴'은 산소와 결합해 붉은빛을 낸다. 동물의 핏속 성분과 비슷하다. 이 성분을 넣어 제작하면 고기의 맛과 향뿐 아니라 고기를 자르면 나오는 육즙까지도 구현할 수 있다. 헴은 인공 합성이 가능하다.
◇포도 없는 와인, 인공 우유도 개발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인 엔드리스웨스트는 대체육 스테이크에 곁들일 와인을 포도 없이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와인에는 향과 색상 등을 결정하는 화합물 1000가지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와인에 포함된 이 분자들의 농도 등을 분석해 정량화하고, 이를 토대로 와인을 합성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드는 환경에서 와인 수요를 충족시킬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같은 방식으로 오크통 숙성을 거치지 않는 위스키를 만든다.
식후 디저트도 인공 합성이 가능하다. 미국 퍼펙트데이는 효모 균주에 소의 DNA 염기서열을 주입해 우유 단백질을 합성했다. 인공 우유를 만든 것이다. 이 우유에는 젖소에서 짠 우유와 동일한 성분인 카세인과 유청 등이 들어 있다. 최근엔 이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시중에 내놓기도 했다. 회사 측은 "우유의 맛과 영양을 가지면서도 환경에도 좋은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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